...../2004.

스스로 가치있게 되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다.

맛있는물 2004. 12. 31. 01:28


 

13:28
 
어제 수학과 문화란 강의에서 러셀에

대한 언급이 잠깐 있었는데..

버틀런트 러셀은 자기가 머리가 가장

좋을 때 수학을 하고
머리가 약간 나빠졌을 때는 철학을..
머리가 가장 안좋을 때 사회운동을 한

다고 했단다.


웃기는군.. 러셀..

 


20:10

금요일밤, 지하철좌석에 앉아, 백수십

여년전에 씌여진, 기하학도형들이 사

람행세를 하는, 매우

인상적이면서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책을 몰입해 읽다가,

그 황당함이 매우 절정에 다다른 장면

에서 씽긋 웃으며 천장으로 얼굴을 쳐

들다가, 바로앞에 가방을 어깨에 매고

서있던 매우 인상적인 아가씨를 발견.

수수한 옷차림에 수수한 악세사리가

달린 구형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장기

없는 갸름한 얼굴에 뒷머리를 한묶음

으로 질끈 묶은 어디서 본듯한 느낌을

주는 그녀. 앞머리칼너머 안경사이로

매우 지적으로 보이는 초승달형 눈매

가 날 마주보고 씽긋 웃는다. 순간 두

근. 밑으로 눈을 내리니 악세사리도

초승달.

분명 어디서 본 듯한데 기억이 없다.

여자는 오랫동안 내 앞에 서있다가 선

바위역에서 내렸다.

특별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던 그녀

는.. 분명 아주 오래전 언젠가 마주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등학교? 중학교? 혹시 초등학교때인

가?

오늘까지도 그녀의 기억이 인상에 남

아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은 정

말 상당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

다.
예전의 나라면 분명히 혹시 어디서 만

났던 사이지 않냐고 말을 걸었을 텐데

..
지금의 나는 분명 예전의 내가 아니다

. ㅡㅜ


23:40

'28일동안'라는 영화를 어젯밤 늦게

텔레비젼을 틀어보다가 mbc에서 우연

히 보게 되다. 9년전에 참 좋아했던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이었는

데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좋았다.

술 잘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사랑하

는 산드라 블록.
술을 많이 마시고 언니결혼식날 난장

판을 핀후, 법원 명령으로 중독자갱생

원에 28일동안 들어가게 되는데, 자신

이 비참하게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깨

닫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떠올리

며 그것을 극복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왜 내게는 중독자

갱생원의 정겨운 분위기가 부러운 건

지.. ^^;

어쨋든 '중독' 이란 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

다.' 빌 클린턴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난 무엇에 중독되어 있을라

나?
아마 인터넷 페이지 중독이지 않을까

싶은데.. 도대체 내가 인터넷에서 읽

어내리는 페이지가 얼마나 될까? 요즘

은 책보다도 인터넷에서 글자를 더 많

이 읽어대니.. 아니 그 뿐일까? 자전

거타길 꼭 해야 하는 것도 하루에 한

번씩 샤워하지 않으면 밖에 못나가는

것도 우유를 마셔야 하는 것도 중독일

거다.

앞으로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야

겠어.

수도승이 되어야지..

 

22:11

  시험을 끝마치자마자 지독한 감기에

시달리다 보니 이곳을 잊어버린채 해

를 넘기다.

달랑 3번 써놓은 일기. 마지막문구의

수도승글귀가 눈에 띄는구나.

왜 그렇게 써놨을까?


.................


關關雎鳩 관관히 우는 물수리새는
在河之洲 냇물 모래톱을 노니네..
窈窕淑女 그윽히 아름다운 여인은
君子好逑 군자의 좋은 짝이라지.

參差荇菜 크고 작은 노랑어리연꽃을
左右流之 이리저리 따라간다네..
窈窕淑女 그윽히 아름다운 여인은
寤寐求之 자나깨나 구한다지.

求之不得 구해도 얻지 못하고
寤寐思服 자나깨나 생각하나니..
悠哉悠哉 이밤이 길고도 길어라,
輾轉反側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한다네.

參差荇菜 크고 작은 노랑어리 연꽃을
左右採之 이리저리 삶아 잰다네.
窈窕淑女 그윽히 아름다운 여인은
琴瑟友之 거문고와 비파가 친구라지.

參差荇菜 크고 작은 노랑어리 연꽃을
左右芼之 이리저리 삶아 낸다네.
窈窕淑女 그윽히 아름다운 여인을
鐘鼓樂之 종과 북을 타게 하며 즐기세

나..

춘추시대 노래가사 모음집인 <시경>의

'관저'


공자는 로맨티스트.

주자가 시경에 주를 달면서 공자께서

자신을 고문하신다고 했다지..

시경을 읽던 옛 선비라는 자들은 공자

의 감정을 알았을까?

 

16:26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으나
식탁위 인절미를 하나 아무생각없이

먹고나니 깨끗이 사라졌다.
놀라워라.

 

갑자기 일기에 기록하고 싶은 맘이 들

어 쓴다.

 

17:10
 
1.
일본에 잇큐선사라는 유명한 스님이

있었답니다.

근데 그 분이 돌아가시면서....

자신이 살던 절의 스님들에게 '절이

망할 것 같으면 이 봉투를 열어보시오

..'라는 말과 함께
서찰 한 통을 남기시고 열반에 드셨다

고 합니다.

스님들은 그 서찰을 잘 보관하고 있다


정말 절에 위기가 닥쳤을 때 드디어

서찰을 개봉했다고 합니다.

펼쳐본 봉서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고

해요.

 

 


"될 대로 되라지!"


2.
한국 바둑계의 기대주인 이세돌 9단은

나이답지않게 건방지기로 유명하죠.

작년에 한중일 3국의 고수들이 모두

출전해 우승의 경합을 벌이는 큰 시합

이 있었습니다.
근데 8강이 시작되자 한국선수들은 이

상하게 전부 떨어지고
이세돌 9단 달랑 혼자만 남게 되어 우

승을 노리게 되었답니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이세돌9단

에게 질문을 던졌죠.

지금 소감이 어떠냐고.. 이렇게 대답

했다죠?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없다."

그 대회의 우승자는 이세돌이었다죠.

 

3.
아주 옛날에 어느 바둑에 미친 사람

두명이서 산에 초가를 짓고,
바둑의 심오한 도를 깨닫겠다며 30년

기한으로 바둑을 두며 피나는 수련을

했습니다.

이윽고 30년기한을 채우고 두 사람은

만족한 얼굴을 한 채 산 밑으로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나가기 전에 친구들을

만나 바둑을 몇판 두었는데, 실력이

그대로였답니다.........

 

 

21:10
 
어제는 진달래 꽃잎으로 전을 해먹고,

오늘은 숙성된 마늘 장아찌, 냉이와

민들레 뿌리, 다슬기와 고추,두부를

넣은 된장국.

웬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음식들. 그러

나 맛있다


22:17
 
근본주의자들, 맹신자들은
 
그네들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

각한다.
 
그러나 진리는 독점되는 것이 아니다.


22:46


 
 
시즈루의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마코토의 눈, 거기 서린 그의 무언.

죽은 그녀를 향한 정제된 염원.
 
그 한순간의 시점이 내겐 매우 슬프게

다가왔다.
 
 
 
 

23:04
  
난 속물이야! 속물! 속물!
그것도 숙물중에 가장 최악이다!
속물주제에 자기가 속물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최하의 속물.
자기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속물 그자체.
마치 자기는 그렇지 않은 양. 빈약하

고 얄팍하고 스스로가 얼마나 박약한

치 깨닫지 못하는 자!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야! 그게 바로

나다! 내가 바로 속물이다!
심연에 다가가야 한다. 심연을 직시해

야 한다.
난 이정도밖에 못되는가.. 왜 그것을

외면하는가?
그것! 그것! 그것! 이름을 부여할 자

격도 없다! 부끄럽고 어리석다! 아 영

혼은 상해서 굳어버렸다. 녹슬어서 덜

거덕거리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형

편없어진 거지?!!!!
 
억지로 고개를 들리어 그것을 바라보

게 해야 한다!
 

22:55
  
문맥도 앞뒤안맞게 엉터리,
두서가 없어 무슨말을 하는건지 알고

싶어지지도 않고,
게다가 맞춘법까지도 엄청나게 틀린

글을 발견할때의 난감함이란..
 
 
흐릿한 생각으로 써서 그런가? 아님

쓰고 싶지 않았던가?
그도 아니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쓰던 도중에 잃어버리기라도 했단 말

인가?
 
 
난 분명 글자를 배운지 20년이 되었는

데..
 
부끄러운 일이다.


22:44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

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

다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

다볼 것이다
라고 했었단다. 웬지모르게 아찔해졌

다.

 

22:49
  
우연찮은 일로 버려둔 곳이 생각나

게 되어 들어와보니,
어딘가에 흙처럼 깔려 숨쉬던 기억들

이 날 환영한다.
하지만 기억들은 날 부끄러워해야 마

땅할지어다.
 
패잔병이 되버렸다..


22:58
  
예전엔 사람을 이유없이 마음껏 좋아

할수 있었다. 아무런 조건없이 좋아하

고, 좋아하고, 좋아함을 표현할수 있

었다.
 
금요일날 느낀 건데..  어느날부터 내

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알았다. 좋아함을

마음껏 쏟는 일이 두렵고, 반응이 오

는 것이 두렵고, 좋아함을 쏟는 것을

멈출 때의 상처가 두려운 것이다.
 
얼굴에 표정을 지을 수가 없어졌다.

난 어떻게 되는 걸까?
난 굳어버린 걸까?

 

20:43
  
보통은 텔레비젼을 잘 안보지만, 예외

적으로 토요일밤엔 항상 티비앞에 앉

아 늦게까지 이것저것 보게 된다.
 
어제도 역시 멍하게 앉아서 단편드라

마같은 거나 보다가, 12시즈음되어 다

른 채널을 돌려보니 '진용'이라는 옛

날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아.. 진용.

아주아주 어렸었던 꼬마시절 가슴을

조이고 봤던 영화다. 동아의 물잔 연

주소리에 맞춰 비무를 추는 몽천방의

칼. 그래 모두 다 기억났다.
이 영화는 내 무의식속에 아주 깊숙히

남아 있던 영화다. 나의 자아어딘가에

는 몸을 움직이지 않는 몽천방과 그가

품은 비단신이 남겨져 있었다.


00:11
  
끝나지 않는 춤을 추자..

 

13:52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

름신의 노예가 되어선 안된다.
귀족도 아닌 주제에 명품을 선호하는

골빈것들과는 어울리지 말아야 할 것

이며
돈은 항상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노

예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여유자금은 있

어야한다.
돈이 아니라 인덕을 쌓는 사람을 스승

으로 여길 것이며
단 10원도 헛되이 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잉여자금은 항상 지혜롭게 굴려서 초

과이익을 노려야 한다..
 

 
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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