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용인 와우정사.

맛있는물 2008. 8. 26. 18:27

 

  

 

 

 2008. 8월 8일.

 

 용인시내 찜질방에서 하룻밤 자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걸어들어가서 와우정사행 버스를 기다린다.

 

 찌는 듯한 더위다. 아침에 덕지덕지 바른 선크림이 얼굴피부와 같이 녹아버릴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터미널안은 마치 밥솥안 같구나. 하지만 불장작위같은 터미널밖보단 낫다. 터미널밖은 지옥이다. 한발짝도 밖에 나가기 싫었다. 나를 지옥으로부터 지켜주는 아이스바를 빨아먹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

노라니 두꺼운 청자켓을 입은 한 사내가 내 앞을 지나간다. 흠짓 놀랐다. 동남아인이다. 그들은 참 강인하구나.

 정오쯤 되어 와우정사를 거치는 은학리방면 버스를 탔다.

 

 열반종 총본산 와우정사까지 가는데에는 십여분정도밖에 안걸린 듯 싶다. 버스안 에어컨이 참으로 달콤했다. 정류장 도로가에 내려서서 윗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니 와우정사표지판과 함께 그 유명한 '거대 금동 머리통'이 멀리서 조그마하게 보인다. 왼편의 비포장도로를 조금만 더 따라 올라가 드디어 절입구까지 왔다.  절의 표지석도 참 거대하구나. 광개토태왕비만하다.

 

 

 

 저 거대 절 표지석만 보아도 이 절 스님들의 취향을 알수 있을듯하다. 거대한 것을 매우 흠모하는 것이다.

 

 

 

 

 

 

 

 멀리서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고요하게 울려퍼지는 매점의 녹음기 목탁소리다. 한편으로 절 왼편의 야산위에는 유려하고 막힘없는 녹음기 독경소리가 참으로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참으로 장엄하구나. -_-

   절 매점에서 3000원 정도를 주고 아로마 향초를 하나 샀다. 아로마의 향내음이 스트레스해소와 기억력증진에 좋다고 한다. 빈 화분에 모래를 붓고 가는 향초를 꽂아 사를 생각에 재미있어졌다. 예전 군복무시절 중대의 중대장은 시시때때로 중대장실에서 향을 사르곤 했다. 중대장실 벽에 습기가 있어 향내음으로 습한 냄새를 없앤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향을 피운 중대장실에서 나오고 나면 그에게는 군인답지않은 기묘한 향이 났다. 절간이나 장례식에나 맡을수 있는 향내음이 군복에 배었었다.

 

 절의 위쪽으로 찬찬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예의 금동머리불상 연못 왼편의 종무원 본관 1층에는 전세계의 불상들을 모아놓은 박물관 비슷한 장소가 있다.

 

 

 

 

 

 본관 입구엔 큰 강아지 하나와 작은 강아지 하나가 늘어져 자고 있었다. 어미와 새끼인듯 싶다. 어미는 바깥쪽에서 자고 새끼는 안쪽에서 잔다. 깨우지 않게 살며시 들어갔다. 입구안 오른편엔 탁자가 놓여져 있고 비구니 한분이 거기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왼편을 보니 불상을 모아놓은 방이 힐끗 보인다. 신발을 벗고 불상이 가득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사색하는 부처, 턱수염난 부처, 늘어져 있는 부처, 술잔(감로주겠지만) 들고 있는 부처, 야한 부처, 귀족같은 부처, 악귀같은 부처, 미소짓는 부처 등등..

 어떤 부처는 전혀 부처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 부처 방은 주지스님 집무실인듯한 방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 안에도 불상들이 늘어서 있다. 책상 오른편에 늘어서있는 홀쭉한 얼굴선과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는 시니컬해보이는 부처상, 여러개의 손들이 창을 휘어잡고있는 기묘한 불상등이 웬지 묘한 위압감을 준다. 방안엔 사람이 없어 그 곳도 휙 둘러보고 나왔다.

 

(저 치켜올린 두손 위에 부처님이 있다.)

 

[박물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데에는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래된 회화의 물감같은 경우 빛에 민감하다. 플래쉬를 터뜨리는 촬영의 경우 손상을 더욱 가속화시킬수 있다.

둘째,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

셋째, 저작권을 가진 작품으로 상업적 목적에서 영리행위를 위한 경우.

이 세가지에서 자유롭다면 굳이 금지 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

 

 

 

 건물을 나오자 아줌마 두분이 마침 건물 계단을 올라오고 계신다. 그런데 현관앞에서 강아지들이 편안히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워 앞으로 가지를 못하신다. 절강아지라 물지도 않을 뿐더러 사람이 지나가도 모르게 잠들었다고 알려드리고 왼편의 길을 따라 윗쪽으로 느릿느릿 올라갔다.

 

 

 

 

  

 

 이 절 스님들의 취향은 참으로 독특한데가 있다.

 올라가는 길 주변에 늘어서 있는 구조물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기암괴목은 그렇다치고 왜 아기부처 앞에 제주도특유의 하루방이 놓여져 있는 것인가? 저 아기자기하고 수수한 돌 부처상무리들속에 번쩍이는 황금 부처상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절 스님들의 센스는 점말 독보적이다. 이 포스트모더니즘틱한 배치는 대체 무엇인가?

 

 조금 더 올라가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미쳐날뛰는듯한 황동코끼리상을 필두로, 처음 보면 기괴하다는 느낌밖에 들지않는  괴물비늘같은 괴석탑들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왼편의 산위로부터 장엄한 녹음기 독경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참으로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길을 걷다가는 마음의 평정은 커녕 괴상한 생각만 머리속에 떠오를것 같지 아니한가!

 그러나 후에 주워 들은 바로는, 이 탑들은 통일을 기원하기 위한 것들로서, 전국 사찰의 스님과 신도들이 산야의 돌들을 주워모아와서 만들어낸 것들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알고 나니 괴상하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탑을 만들때 든 노력들이 탑밖으로 슬며시 보이기 시작한다. 미추는 간사한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변함인가..

 

 

 퍼붓는 햇볕속을 흐느적거리며 윗편으로 조금씩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거대하거나 범상치않은 조형물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계시는 '황동 8만근' 거대부처 5종세트,  1988년 '서울올림픽'타종에도 쓰인 국내최대 황금범종이라지만 황금판박이 좀 심하게 벗겨진 12톤 통일의 종.

 한쪽다리를 책상다리한채 검지 손가락을 볼에 꼽고 오묘하게 미소짓고 있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중 국내최대크기) 미륵반가사유청동상,  돌맹이로 쌓아올린 꼬깔콘엎어놓은 듯한 탑무리들과 그중 한 탑위에 턱 앉아계신 화강암부처상, 사나운 나한신장석상, 맞닥드리면 흠칫 놀라게되는 오백명의 난장이 나한돌상 무리들..

 

 가장 위편으로 올라가보면 얕고 낡은 벙커같은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열반전이라 쓰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기막힌 부처님이 한분 주무시고 계신다.

 

 

 

  이 거대열반상은 금빛으로 뒤덮여 금동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금칠한 목불상이다. 인도네시아산 통 향나무를 사용해 만들어졌다는데, 영국 기네스북에 기재가 된 세계최대의 목불상이라고 했다. 세상의 고뇌와 피로를 억지미소로 애써넘긴채 잠들어 있는듯한 모습이다. 문득 저런 미소를 띄고 잠든 사람들의 얼굴을 수도없이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입구앞 철제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잠시 쉬었다.

 

  한참 쉬니 더위가 가라앉는다, 일어나 왔던 길을 따라 도로 내려갔다. 여전히 독경소리는 오른편 산위에서 쉬지않고 들린다. 기분좋게도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밑에까지 거즘 다 내려왔을 때, 왼편 멀리서 수탉이 기운차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 꼬끼이오우~ 응? 수탉 울음소리?

 해는 멀쩡하게 공중 한가운데에 떠있고 시계는 한시도 넘어 있다.

 수탉이 새벽에 울어야지 왜 한낮에 울지?  너무 어이없어서 크크 웃었다. 원래 수탉은 상식과 달리 한낮에도 기분내키면 우는걸까? 의아해하는 중에도 수탉의 울음소리는 한번으로 그치지않고 끊임없이 터진다.

 그러고 보니 녹음기 독경소리와 어지간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마침 독경은 음정기복이 조금 있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독경소리가 장엄하게 클라이막스가 될때, 그러니까 추임새좀 넣어주면 적당하겠다 싶을 때는 어김없이 창창한 수탉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 아닌가. 

 혹시 이 수탉소리도 독경소리처럼 녹음기인가? 

 

 뭐 아무려면 어때.. 길 밑까지 다 내려와 나무밑 벤치에 걸터앉아 바람을 쐬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서늘한 바람에 실려 들어온다. 한순간 기분이 좋았다.

 

 

 

 

 

 

 

(근처엔 천주교 미리내 성지와 승마장이 있다. 미리내는 예쁜 성당이 있는 숭고한 곳. 승마장에선 초보자들도 쉽게 말을 타볼수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