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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드리아' 중 사라 한셀에 대한 표현.

맛있는물 2009. 8. 7. 00:21

 

 

 

 

  나는 이 여인을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알렉산드리아에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여인이라고나 할까...(중략)....나의 서투른 문장력으로선 사라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전하기가 어렵다. 그저 내가 가진 어휘 전부를 동원해서 서툴게 감탄하는 수밖에 없다. 소녀처럼 청순하고 귀부인처럼 전아하고 격한 정열에 빛나는가 하면 고요한 슬기에 잠긴 것 같고 관능적이면서 영적인 여인...(중략)....머리는 동양적 검은 머리. 긴 속눈썹에 가려진 눈동자는 향목 수풀로서 덮인 신비로운 호수. 그 긴 눈썹을 열면 천지의 정이 고인 듯한 흑요석. 비애도 환희처럼. 환희도 비애처럼 나타나는 표정.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조화가 극치를 이룬 전형에 가까운 아름다움. 희랍의 청랑함과 예루살렘의 금욕적 정진과 블란서의 교태와 영국의 마제스틱. 스페인의 정열이 가냘프면서도 탄력성 있는 육체속에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신비.사라는 동공을 열고 정면을 향하고 있을 땐 아무것도 보질 않는다. 폭풍이 불어도 뇌성이 진동해도 알렉산드리아가 폭발해도 눈썹 하나 까닥하기 않을 것 같은 무관심이다. 그런데 사라의 얼굴이 조금 갸우뚱해지면 큰눈이 살큼 좁아지면서 눈동자가 나직할 땐 어떤 흥미 있는 대상을 포착한 찰나다. 그러나 그러한 표정의 움직임은 찰나에서 끝나고. 동공은 다시 크게 열려지며 정면을 향하는 것이다...(중략) ...사라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극한. 남성의 정열이 어떠한 대상으로 쏟아져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하나의 전형. 여체의 신비가 어떤 것인지를 말해주는 교훈. 진정한 향락이란. 지금 죽어도 좋다는 일락과 유열이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요물. 그러니 사라 안젤을 한 번 본 사람이면 그 주박에서 해방되지 못한다...(중략) ....그러나 사라의 태도는 언제나 여왕과 같이 부드럽고 품위가 있었다. 군림할지언정 순종하진 않는 것이었다. 남자들로 하여금 관능의 바다 속에 익사케 하고 스스로는 그 바다의 언덕에 파로스 대등대처럼 의연하게 서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고백하지만 나는 사라를 두고 남자로서의 욕망을 느껴 보지 못했다. 남자의 더러운 손이 미치기엔 그 육체가 너무나 영적으로 신성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소설 알렉산드리아(1965, 이병주) 중 한대목. 실제로 보신 건가, 아니면 상상의 산물인가..